生牛수입 반대만 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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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3일 인천항에 호주산 생우(生牛) 5백63마리가 들어왔다. 드넓은 호주 대륙의 초원에서 맘껏 뛰놀다가 비좁은 배안에서 20여일간 지내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들의 시련은 이제부터다. 국내 축산 농가들이 생우 수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호주산 생우가 처음 수입됐을 때도 축산 농민들은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 점령하며 축산 농가에 분양되는 것을 저지했다. 또 수입소를 분양받은 농가에 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부 소에서 악성 전염병인 블루텅이 발견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축산 농가의 반발에 수입업자는 수입을 중단해야만 했다. 축산 농민들은 생우 수입이 국내 한우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수입소를 들여오면 과연 국내 한우산업이 무너질까.

국내 검역 능력상 수입소는 연간 최대 8천5백마리밖에 못 들여온다. 국내 소비량의 0.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최대한 수입해 봤자 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또 수입소를 분양받은 축산 농가는 송아지 구입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쇠고기값도 내려간다. 소비자 입장에선 국내 축산 농가의 우수한 사육기술로 길러진 질좋은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축산 농민들은 수입소가 국산 한우로 둔갑해 팔릴 경우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소를 수입해 생겨나는 게 아니라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농림부는 이를 막기 위해 '수입산 국내 비육우'로 표시해 공급하도록 했다.

한우 농가들은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 거의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농가들의 품질개선 노력으로 한우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우산업의 생존은 수입을 틀어막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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