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속성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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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가 방영된 뒤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초등학교 시험문제에서 많은 아이가 '침대'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시죠?

광고는 설득 기능과 정보 제공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에 비해 미숙한 어린이들은 광고의 정보 제공 기능보다는 설득 기능에 더 많이 현혹되게 마련입니다.

특히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나 특수효과에 빠져 물건을 사고싶어하곤 합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전국의 어린이 3천명을 조사한 결과 광고를 본 뒤 부모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 경험이 있는 경우가 33%나 됐습니다.

아이가 광고를 보고 막무가내로 사달라고 조를 때는 아이에게 광고를 바로 보는 눈을 길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가 광고를 바로 보는 안목을 기르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볼까요?

첫째, 아이에게 광고의 정확한 의도를 알려줍니다. 광고를 만든 사람은 물건을 만든 기업입니다. "기업은 물건을 팔기 위해 광고를 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킵니다.

둘째, 아이와 함께 상점에 나가 광고한 제품과 실제 물건을 비교하게 합니다.

광고의 내용과 물건이 똑같은지 다른지를 말입니다. 광고를 보면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광고의 특수 효과 등 이미지 때문에 그런 욕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줍니다. 아이와 함께 광고를 보면서 광고의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찾아 보게 합니다. ▶광고와 실제 물건이 다르지는 않은지▶일부러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지는 않았는지▶너무 부풀려서 말하지는 않았는지▶상품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충동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가 광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줌으로써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와 일방적인 광고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게 합니다.

김인숙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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