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파트서 브랜드 매니저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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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한국 P&G의 김주연(35)부장은 사내에서 '못말리는' 아줌마로 통한다. 그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시장연구개발부서에서 마케팅 부서의 브랜드 매니저로 옮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시장의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컨설팅하는 직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옮긴 사람은 P&G 전 세계 법인에서 金부장이 유일하다. 金부장의 시장 공략법은 P&G 본사가 다른 나라에 권장하는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를 이해하는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료에 근거한 마케팅을 중시하는 회사 경영진을 설득하느라 꽤나 진땀을 흘렸다. 특히 주부를 중시하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사 간부에게 한국적 마케팅의 특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金부장은 철저한 현장 위주의 확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경험한 것을 직접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현장의 욕구와 불만을 여과없이 들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실제로 고객들과 어울려 수다도 떨고 때론 어린이들과 놀아주면서 제품 얘기를 풀어나갈 때 비로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지난해 겨울에는 한 고객의 집을 방문했다 우연히 소비자의 마음에 와닿는 광고 문안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당시 양복을 베란다에 걸어놓은 장면을 보고 "양복의 냄새는 걸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카피를 내놓은 것이다.

그가 2000년 7월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브랜드 매니저를 맡은 이후 이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9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이 출시된 후 매년 매출이 늘어난 시장은 한국뿐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놀라워했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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