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헤매는 코스닥 고민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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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코스닥증권시장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지속돼온 주가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코스닥 시장의 자생력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기술(IT)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많은 등록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의 코스닥 외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각국의 기술주 시장이 문닫기 일보직전에 놓인 점도 코스닥 시장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독일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노이어 마르크트는 내년 말까지 문을 닫을 계획이다. 일본 나스닥도 미 나스닥의 지분 철수로 존폐의 기로에 처했다.

27일 코스닥 지수는 48.52로 장을 마쳤다. 이는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해 9월 17일(46.05)보다 불과 2.47포인트 낮은 것이다. 코스닥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2000년 3월 10일(283.44)보다 82% 하락한 것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지난주 말 1,200선이 무너져 자칫 이번 주에 코스닥 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갈아 치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스닥 위축은 거래대금에서도 드러난다. 2000년 2월 8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8천7백70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3조5천7백40억원을 앞질렀고, 같은 달 14일 거래대금이 6조4천2백1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올 들어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1조3천2백90억원으로 거래소시장(3조2천8백20억원)의 40.4%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이 침체하자 둥지를 거래소로 옮기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올 들어 한국콜마·우신시스템·신세계건설·교보증권·세종공업 등이 거래소로 이전했고, 이전을 검토 중인 기업들도 적지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익을 못 내는 코스닥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 코스닥 등록기업의 33%(2백33개사)가 적자를 냈다. 또 벤처기업 중에는 41%(1백41개)가 순익을 내지 못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많은 등록기업의 경우 1999∼2000년 상반기에 코스닥에 진출하면서 확보한 공모자금이 거의 소진돼 IT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으면 부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코스닥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각종 불공정거래가 불거질 때 코스닥 기업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김병수 연구원은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90%가 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외국인·기관들이 코스닥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들은 코스닥이 외국의 기술주 시장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올 들어 현재까지 1백여 기업이 새로 등록하는 등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증권시장 신호주 사장은 "90년대에 신설된 각국의 기술주 시장 중 코스닥은 모범 사례"라며 "지금의 코스닥 침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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