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金실수로 정상회담 하루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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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두차례에 걸쳐 대출받은 4천9백억원(4억달러) 중 4천억원은 현대상선에서 곧바로 국가정보원으로 건네져 북한에 송금됐다는 주장이 27일 제기됐다.

<관계기사 4면>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국정원이 4천억원을 북한의 해외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잘못 송금한 뒤 돈을 다시 회수해 북한에 보내는 바람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2000년 6월 12일에서 하루 늦춰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상선이 국정원에 보낸 수표 번호·발행 은행, 북한계좌 등에 대해서도 정보가 있다"면서 "금융감독위원회가 현대상선의 계좌를 추적하면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현대상선이 4천억원을 국정원에 넘겨주라는 현대그룹 고위층의 지시를 받고 수표로 찾아 국정원에 전달했다"면서 "국정원은 이 돈을 북한의 해외계좌로 넣었으나 송금과정에서 잠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金의원은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에 운영자금으로 4천억원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이 돈이 들어와 회사 회계 담당자가 의아해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총지휘한 사람은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고,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도 4천억원 대출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국정원이 북한 측에 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한나라당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은 정식으로 신청서를 접수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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