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도 계순희 "여자는 시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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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여자 유도선수.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22)를 둘러싼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입증됐다. 계순희는 25일 부산 서대신동에 있는 국민체육진흥센터에서 훈련을 하던 중 즉석에서 남자 선수를 스파링 파트너로 선정해 깜짝 힘겨루기를 했다. 싱긋 웃으며 매트로 나온 이 남자선수는 그러나 계순희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느라 바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48㎏급 결승에서 일본의 영웅 다무라 료코를 꺾고 우승,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계순희는 그때에도 남자 선수를 상대로 훈련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었다.

계순희는 애틀랜타 올림픽 직전 평양에서 벌어진 한 국내 대회의 여자 유도 무제한급에서 우승한 바 있다. 아무리 북한 여자유도의 역사가 짧다고 해도 가장 가벼운 체급의 선수가 무제한급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애틀랜타 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북한 유도 코치는 "사실이다. 순희는 힘이 엄청난 장사여서 평소에도 남자선수와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계순희와 결승전을 벌이기 전까지 85연승을 구가했던 다무라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단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결승전이 시작되자마자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자세를 취했다. 힘에서 밀린 다무라는 위장공격으로 벌점을 받는 등 시종 끌려다녔고, 결국 '떼어놓은 당상'이라던 금메달을 놓쳤다.

계순희는 52㎏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그쳤으나,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정상에 올라 세계 최정상의 선수임을 과시했다. 98년 방콕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6일 훈련에서 계순희는 다른 네명의 선수들과는 달리 유도복으로 갈아입지 않은 상태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가며 약 10분간 스트레칭만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으나 배영철 코치는 "아프지 않다. 계획대로다"라고 말했다. 계순희 역시 "그냥 오늘은 휴식을 취하는 날일 뿐이다. 몸에는 아무 이상없다"며 웃었다. 계순희는 유도경기장의 자원봉사자가 내민 종이에 '계순희'라고 또박또박 사인을 해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은 전날 유도연습장에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막아달라고 부탁했던 것과는 달리 입구에서 사진 촬영도 허가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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