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물가상승률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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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8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투자회사 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집값이 보합 내지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과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로 인한 과잉 주택 수요가 뒷받침한 현재의 상승세는 1∼2년 내로 하락·조정될 것"이라며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이는 때가 곧 주택 가격 상승세가 멈추는 때"라고 말했다.

리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 길연진 이사는 "근본적으로 구매력의 한계에 다달아 집값도 현재 수준에서 정체하거나 물가상승률 정도의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이 가수요를 차단하고,2000년 이후 공급물량이 넉넉해 수급불균형도 해소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집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메리츠증권 오용헌 팀장은 "정부대책이 쏟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서울·수도권은 대체 투자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 봄 이후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먼브라더스증권 윤용철 상무도 "금리를 현 수준에서 0.5% 올린다 해도 수요층이 든든해 집값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절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지난 10여년간 상승폭이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추가 상승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을 내다보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메리츠증권 윤두영 이사는 "사회가 다변화하고 있는 마당에 땜질식 처방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자료의 필요성도 제기한다.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의 가계부채 실상과 인구 동향에 따른 주택 수요예측이 필요한 때이며 이를 토대로 해야 정확한 주택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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