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장시켜준 분은 11,000명 아줌마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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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한국야쿠르트는 2백50만 고객을 발로 찾아다니는 1만1천명 야쿠르트 아줌마가 다른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어른의 엄지 손가락 크기(65㎖)인 1백원짜리 야쿠르트를 하루 2백50만개 생산하는 한국야쿠르트 김순무(金順牡·58·사진) 사장은 전국을 누비는 아줌마 덕분에 사장까지 올랐다며 공을 돌린다. 金사장은 경기도 안양 야쿠르트 생산공장이 막 완공되던 1971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도 이때 처음 뽑았으니 이들과 입사 동기다. 입사 30년째인 2000년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사의 발효유 매출은 노란색 유니폼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방문판매가 99%를 차지한다. 할인점이나 수퍼에서 야쿠르트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방문판매로 발효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처음 야쿠르트가 나왔을 때는 한병에 25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가라 하루 2만개 정도만 팔렸다. 80년대 후반에는 대부분의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된 데다 발효유 붐이 불면서 8백만개까지 늘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국내 처음으로 주부들이 직장을 갖게 하는 효시였습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아줌마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였죠. 처음 뽑을 때 경쟁률이 50대1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야쿠르트를 가정으로 배달하다 보니 가정살림 경험이 있는 아줌마들이 친근감 있게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지금도 배달원은 아줌마만 고집한다.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인 金사장은 장뿐 아니라 위를 생각하는 발효유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사장 취임과 동시에 시장에 내놓아 성공을 거두었다.

"95년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암 예방에 대한 관심들이 많았죠. 하루는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데 한 친구가 '위에도 좋은 발효유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5년간 연구끝에 '윌'이 나왔고 그해 식품업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은 충치를 없앨 수 있는 발효유를 개발하고 있다. 金사장의 사내 별명은 '뚝심'. 말수가 적은 데다 한번 결심한 일은 밀어붙이는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

金사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 설사 최악의 경기가 오더라도 회사 내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은 없다.

"조직의 슬림화는 평소에 해두는 겁니다. 상황이 악화됐다고 사람을 자르는 기업은 평소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글=김태진·사진=신인섭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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