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미수금 1년새 23배 폭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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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증권사가 선물·옵션 위탁매매와 관련해 고객한테 받지 못한 미수금이 지난 1년 사이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이란 고객이 내지 않은 결제대금을 증권사가 대신 낸 것으로 이른바 '깡통계좌'가 된 경우다.

2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증권사의 선물·옵션 위탁매매 관련 미수금은 2백15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억4천만원)의 23배로 폭증했다.

이에 따라 2000년 한건에 불과했던 미수금 관련 소송도 지난해엔 네건,올해는 6월까지 여섯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수금이 이처럼 폭증하는 것은 올들어 4월 이후 현물 주식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선물·옵션 거래에 참여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증권거래소의 올해 1∼8월 주가지수 선물·옵션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9천4백1억원으로 주식 현물 거래대금(3조4천1백35억원)의 2.3배를 넘어섰다.

선물·옵션은 거래대금의 15% 수준만 증거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잘만 하면 주식보다 몇배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는 이른바 대박을 노리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한 투자자가 지난 2월 설 연휴 직전에 설이 지난 뒤 장세가 안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콜옵션 매도를 대량 계약했으나 설 직후 증시가 급등함에 따라 며칠만에 수십억원의 미수금을 떠안게 됐다"며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지렛데 효과)를 극도로 키우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미수금 급증은 선물·옵션 거래가 급증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증권사들이 과당 영업 경쟁을 벌여 자초한 측면도 있다"며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증권사는 투자자가 과도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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