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특구-북한전문가에듣는다]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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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의 경제개혁이 당초 예상과 달리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북한은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한 지 세 달도 안 돼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채택함으로써 경제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기본법에 이어 외국인의 행정장관 임명은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전면 개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이 특구법을 제정한 핵심 이유 중의 하나는 외자유치다. 경제관리 개선조치는 가격과 임금 상승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능력 증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공급능력 증대는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7월 개혁이 제도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특구법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제개혁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특구 초대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이 임명됨으로써 주체사상 등의 이념에서 벗어나 비교적 홀가분하게 개혁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 시장경제에서 배운 화훼유통업을 중국에 실현해 부를 축적한 양빈의 이력은 그가 특구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특구 내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이 모든 행위의 최우선 기준이라는 홍콩식 자본주의가 그가 그리는 개혁의 최종 청사진이다.

특구법이 임대기간을 50년으로 확정한 것은 안정적인 투자유치라는 점에서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 외국자본의 중장기적인 투자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경제행위의 선택기준을 수익성 확보에 두고 있다. 즉 기업의 외국투자 지분을 확대하고 근로자 채용 등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있다. 과실송금을 보장하고 거래통화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등 선진 금융제도의 도입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특구 내 상품가격은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공급원리에 의해 결정되게 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추진할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특구 지정과 동시에 국제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은 외자유치만이 특구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핵심사항임을 북한이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 당국은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 당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특구 지정→홍보(PR)→투자설명회 개최' 등 치밀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나진·선봉과 같이 '오고 싶으면 오라'는 구호만으로는 외국자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북한은 이제 제도적인 하드웨어를 구비했다. 다음은 적정임금·인프라 구축 등 외국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올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인 후속조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 일대를 자본주의식 경제특구로 만들려는 일대 모험에 나섰다. 북한이 24일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에 중국의 2대 부호인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임명한 사실에서도 북한의 개혁 의지는 확연하다. 북한 '신의주 특구 실험'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세 명의 북한 전문가에게서 들어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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