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프로는 왜 댄스곡만 방송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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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현재 우리의 대중 음악은 기형에 가깝다. '대박'을 터뜨리는 소수 음반이 시장을 싹쓸이하는 가운데 대부분은 손익 분기점도 넘기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또 특정 장르가 음반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방송사가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방송이 단기적 이해타산에서 벗어나 근본적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대중음악을 다시 살릴 길은 없는가. 여기에 방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와 음반기획제작자 연대는 24일 오후 3시 서울 MBC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음반 제작자·시민단체 대표 등 30여명이 참가한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창남(左) 교수는 한국에서 방송이 갖는 '권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중음악 개혁에 방송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반복해 역설했다.

시청률에 급급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골라 방송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 김교수는 이를 위해 우선 방송이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중음악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하나의 예술장르로 당당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주철환(右)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예능 PD의 선발 기준을 강화하고▶일단 선발된 PD에게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며▶방송사간 예능 PD들의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것 등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토론자로 나온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은 "특정 장르의 집중화를 초래하는 방송사의 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토론에 이어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와 음반기획제작자 연대는 검찰 수사로 불거진 PR비 사태를 반성하고 건강한 대중 음악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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