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만족 수비-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평가전 전적(23일)

한 국 2:1 쿠웨이트

(득) 김은중(전17·(助) 이영표)이천수(후18·이상 한국), 압둘 아지즈(전42·쿠웨이트)

"수비진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공격적인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이겠다."

쿠웨이트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박항서 감독은 한국 팀의 전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박감독의 분석은 이날만큼은 한국의 경기력처럼 정밀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23일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쿠웨이트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김은중과 이천수의 연속 골로 쿠웨이트를 2-1로 이겼다. 그러나 아직도 믿음을 주기엔 불안정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시켰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날카롭게 역습을 시도하던 한국은 전반 17분 첫 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이영표가 띄운 센터링을 가운데에 있던 김은중이 다이빙 헤딩슛, 골네트를 갈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꾸려진 이후 네 차례 평가전만에 따낸 첫 필드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조명탑의 불이 꺼지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한국의 상승세는 이내 꺾이고 말았다.

20분 뒤 경기는 속개됐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격의 주도권은 쿠웨이트가 잡았다. 그러자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반 종료 3분여 전 골키퍼 김용대는 쿠웨이트 공격수들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쪽에 있는 박요셉에게 볼을 넘겼고, 박요셉은 이를 무리하게 앞으로 끌고가다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볼을 빼앗은 쿠웨이트 압둘아지즈는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침착하게 슈팅해 동점을 만들었다.

힘들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18분 이천수의 프리킥으로 반전됐다. 이천수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그림 같이 감아차 오른쪽 골문 구석에 박히는 골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비틀거리던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체면을 살려준 멋진 골이었다.

○…북한 축구 관계자들이 23일 한국-쿠웨이트의 평가전이 열린 구덕운동장을 깜짝 방문했다. 북한축구협회의 김정만 서기장과 이정만 감독 등 임원 5명은 경기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 본부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이들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같이 F조에 속해 있는 쿠웨이트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사전에 협조 요청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방문으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부산=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