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계속 불량국가 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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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진 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자신이 연초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3개국 중 이란을 제외한 이라크와 북한을 대표적인 '불량국가(rogue state)'로 지목하면서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국민에 대한 야만적 탄압▶국제법 무시▶대량살상무기 추구▶테러지원▶미국에 대한 증오 등 다섯 가지를 불량국가의 공통된 속성으로 나열한 후 두 나라를 적시했다.

<관계기사 4면>

보고서는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의 주요 탄도미사일 공급처였으며, 점점 더 성능 좋은 미사일을 시험해 오면서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도 늘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브리핑에서 군사적 공격을 추진하는 이라크와 달리 북한에 대해선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적 대처의 예로 북한을 들면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다루기 위해 일본·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보고서가 이라크와 북한만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면서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란은 불량국가로 간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불량국가는 통상 이라크·이란·북한·시리아·리비아·수단·쿠바 등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7개국을 가리켜 왔다.

곧 의회에 제출될 국가안보전략은 세계 전략 부분에서 전임 행정부들이 추구하던 적성국가에 대한 억제와 봉쇄 정책 대신 ▶선제 공격▶미국의 독자적 공격가능▶미국의 절대적 군사우위 유지라는 세 가지 개념을 천명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들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선제 공격 독트린을 공식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문제의 초점은 '공격 임박'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번에 발표된 전략이 자칫 선제 공격을 합리화시켜 주는 빌미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클린턴 정권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도 "자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을 때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은 지도자의 의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를 공식화한 것이 근본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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