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모인 法人 약국설립 불허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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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약사들이 모여 구성한 법인에 약국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약사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榮一재판관)는 19일 서울 H약국이 "개인 약사의 약국 설립 만을 허용하고 약사들이 만든 법인이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한 현행 약사법 제16조1항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란 관련 법조항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법률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돼 새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현행법의 효력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약사에게만 약국 설립을 허용한 현행법은 약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약사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지 약국 개설의 형태를 개인 약사로만 제한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면서 "변호사·공인회계사 등은 법인을 구성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사에게만 이를 금지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따라 기존 약사법 개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앞으로는 약사 설립 법인이 수십여개의 약국을 직접 운영하는 등 약국의 대형화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약품의 판매가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이나 일반인이 설립한 법인에 약국 개설을 금지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헌재 결정은 의약품 구매와 소비 과정의 특수성을 외면한 것"이라며 "법인 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동네 약국이 문을 닫게 되고 의사와 약사의 담합행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1999년 유종근 전 전북지사 등의 집에서 절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에 보호감호 처분을 선고받은 김강용(35·수감 중)씨 등 2명이 "형기를 마친 뒤 보호감호 처분을 내리도록 한 사회보호법 제5조1호와 제42조는 이중처벌을 금지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청구 기일이 지난 데다 보호감호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했다.

김원배·하현옥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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