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사기 꺾지 말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기도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이다. 요즘 한가위 비상근무로 며칠째 아침 7시에 출근해 새벽 1시에 귀가하고 있다. 외근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조직폭력배 검거를 위해 밤 늦게까지 근무했다. 야식으로 라면을 먹기 위해 오후 11시20분쯤 분식집에 들렀는데 모 방송의 TV뉴스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와 기자의 말을 듣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빈집털이 활개'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하면서 '경찰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경찰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보도내용은 귀향하는 사람이 많아 빈집이 늘게 되자 빈집털이가 활개를 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자 조심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뉴스 중간 중간에 경찰이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아 빈집털이가 발생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나는 오늘도 한가위 비상근무로 야근을 하고 있다. 15만 경찰 중 상당수가 나처럼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무리한 보도로 경찰의 사기를 꺾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ID:하이에나·인터넷 독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