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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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 뮤지컬을 보고 나면 지독한 사랑에 덴 듯 아프실 겁니다."

'명성황후'의 윤호진(54) 에이컴 인터내셔널 대표가 만드는 뮤지컬 '몽유도원도'에 주연 아랑과 개루왕으로 각각 캐스팅된 이혜경(31)·김성기(43)씨의 이구동성이다. '오페라의 유령'에 크리스틴으로 출연했던 이씨는 이번에도 아랑에게 집착하는 개루왕과 순수한 도미(서영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아랑역은 '갬블러'의 김선경과 더블 캐스팅이다.

드라큘라의 카리스마와 '명성황후'에서 미우라 역으로 호연한 것이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김씨도 전작에 이어 개성 강한 역할을 맡았다. 이씨와 김씨는 그러나 "이미 짜여진 작품에 감정을 싣던 외국 작품에 비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야 하는 창작 뮤지컬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원작을 서너 차례 읽으며 인물을 분석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번을 더 읽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도원(桃源)의 풍경을 안견이 그렸다는 그림 '몽유도원도'와 제목이 같지만, 내용은 『삼국사기』에 실린 도미 설화를 소재로 한 최인호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바탕으로 했다. 아름다운 아랑을 꿈에서 보고 사랑에 빠진 백제 개루왕이 채홍사를 동원해 현실에서 아랑을 찾는다. 그러나 아랑은 마족마을 족장 도미와 정혼한 사이. 수청을 들라는 개루왕의 요구에 아랑이 시녀 비아를 대신 들여보내자 화가 난 왕은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모든 것이 자신의 미모 때문임을 한탄한 아랑은 얼굴을 자해한다.

다시 아랑을 찾아낸 개루왕은 아랑의 변모에 놀라 후회하며 자결한다는 줄거리다. 꿈 속 여인을 실제에서 찾고자 했던 개루왕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발하고 있다. 개루왕의 집착과 아랑·도미간의 순정 등을 통해 사랑의 여러 형태를 보여준다.

이번 뮤지컬은 '명성황후'와 마찬가지로 김희갑씨가 곡을 쓰고 부인 양인자씨가 가사를 붙였다. 편곡도 '명성황후'에서 함께 일했던 피터 케이시가 맡았다. 윤대표가 "명성황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몽유도원도'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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