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선물 쌀로 받아 불우이웃 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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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허례보다는 실속이 중요하지요. 쌀의 중요성도 널리 알리고 싶고요."

중앙대 이명천(李明天·45·광고홍보학과)교수는 1996년부터 축하용 선물을 쌀로 받아 불우이웃 돕기에 쓰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축하선물을 보내려면 쌀로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엔 갸우뚱했던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그의 취지에 공감해 쌀 10~20㎏씩을 곧잘 보내온다.

李교수의 영향을 받은 한 고향 후배는 지난달 말 식당을 개업하면서 화환 대신 받은 쌀을 2.5t 트럭에 가득 실어 보내주었다.

그래서 손님을 맞는 그의 사무실에는 공공시설에 보내려는 쌀이 항상 쌓여 있다. 가톨릭 신자인 李교수는 이렇게 모은 쌀을 수녀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지체장애인 보호시설에 전달해 왔다.

그는 "97년 처음으로 학교에서 보직을 맡으며 축하 난을 받았는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을 사는데 쓸 돈으로 불우이웃을 도우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모은 쌀을 수재민에게 갖다줄 계획이라는 李교수는 "화환 주고받기 대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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