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연예인 외도 끝 金물살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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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수영 국가대표 김민석(23·한진중공업)은 끼가 많은 선수다. 그는 외모부터 돋보인다. 1m84㎝의 훤칠한 키, 수영선수 특유의 매끈한 몸매에 얼굴도 인기 탤런트 못지 않게 미남형이다. 생긴 것뿐이 아니다. 춤과 노래 솜씨도 프로급이다. 때문에 선수촌 안에서도 그의 팬클럽이 형성될 정도다.

그러나 김민석은 그 넘치는 끼로 인해 선수생활를 일찍 끝장낼 뻔했다. 그는 1994년 불과 15세의 나이로 수영 국가대표가 됐다. 부산체고 1학년 시절 이미 고교급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배영이 주종목이었던 그는 당시 한국 수영의 독보적 스타로 군림하던 지상준의 후계자로 수영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3년. 당초의 큰 기대와는 달리 김민석은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상준의 그림자는 너무 넓었다. 그는 항상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상준이형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수영에 대해 환멸을 느꼈습니다."

97년 동아대에 진학한 김민석은 점차 물을 멀리했다. 대신 춤과 노래에 빠져드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해 5월 부산의 동아시아대회에서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을 낸 김민석은 스스로 대표팀에서 나왔다. 아예 수영을 포기하고 춤꾼으로, 가수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대학가를 헤집고 다니며 공연을 할 수 있는 축제철만 기다렸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끌려오다시피 대표팀에 복귀하기도 했지만 99년까지도 외도를 계속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꿈은 결국 환상으로 끝났다. 졸업이 가까워지자 그는 스스로 돌아왔다.

오랜 방황을 끝낸 김민석은 무섭게 훈련에 몰입했다. 기록도 급속도로 향상돼 자유형 50m와 1백m에서 2000년 한해에만 한국신기록을 아홉번이나 갈아치웠다. 특히 새로운 주종목이 된 50m에서 지난해 '마의 23초' 벽을 깼고 올해 다시 22초55로까지 기록을 끌어내렸다.

김민석의 자유형 50m 기록은 현재 아시아권 최고기록이다. 가장 근접한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일본의 나카니시(23초)다. 때문에 그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극도의 메달 가뭄이 예상되는 수영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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