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아시아-유럽프레스포럼대선주자초청간담회]盧후보"햇볕 계승" 鄭의원 "포용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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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에 참가한 31명의 해외 언론인들은 10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두 사람의 대북(對北)정책 등을 듣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간담회에 불참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鄭의원이 특정 정파의 대선 후보로 정식으로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李후보는 鄭의원과 함께 대통령 후보들을 검증하는 형식의 어떤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된 자신의 대북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질서'란 제목의 A4용지 11쪽 분량의 자료에 구상을 담았다. 현 정부 햇볕정책의 '계승과 보완'이 핵심이다.

남북의 개념을 동북아로 확대하고,현 정부가 추진해온 '화해와 협력'을 '평화와 번영'으로 발전시켰다. 盧후보는 이를 "현 정부가 남북간에 새로 만든 좁은 길을 다듬고 넓혀 큰 길로 확장하겠다"고 설명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盧후보 자문 교수단이 5개월 넘게 다듬어온 작품이라고 한다.

5대 원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점이다.盧후보는 "국민통합=남북화해라는 신조로 대처하겠다"며 '초당적 합의'와 '범국민적인 지지'를 누차 강조했다.

盧후보의 한 측근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국론분열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깜짝쇼'식 대북정책 추진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남북경협과 북한개발 연계 5개년 계획'의 추진을 천명한 부분이나, 북한에의 사회간접자본(SOC)지원에 무게를 실은 것은 현 정부 정책보다는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식량 등 인도적인 대북지원 등에 치우쳐온 현 정부와 달리 '경제공동체로서의 한반도'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시장질서 속으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겠다는 대목도 이런 비전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차별화에 고심한 흔적도 있다. 盧후보는 상호주의가 아닌 '신뢰 우선주의'로 나가겠다고 밝혔다.'전략적 상호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李후보와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또 대북지원을 통일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퍼주기 주장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밖에 동북아 경제 및 평화 협력체를 창설,남북 화해 협력의 제도화,북·미,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조했다. 이런 부분은 현 정부의 정책이나 한나라당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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