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여성 1호' 탄생! 첫 여성 지청장 조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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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걸어온 길이 여성 검사의 역사였다. 1990년 유일한 여성 검사로 검찰 입문, 2004년 여성최초 부장검사(의정부지검 형사4부), 지난해 여성 최초 차장 검사(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그리고 26일 검찰 사상 첫 여성 지청장 타이틀까지. 조희진(48) 천안지청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 검사 비율이 20%대를 넘어선만큼, 첫 여성 기관장이라는 책임이 무겁게 다가온다"며 "리더십을 발휘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7월 27일 기준으로 현직 여검사는 366명. 전체 검사(1780명)의 20.6%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동안 여성 기관장이 나온 경우는 없었다. 1982년 조배숙 현 민주당 의원과 임숙경 변호사가 동시에 '첫 여성 검사 1호' 타이틀을 달았지만 몇 년 뒤 판사로 전관하며 여검사 명맥이 끊겼다가 조 지청장부터 다시 이어졌다. 1954년 첫 여성 판사를 배출한 뒤로, 첫 여성 헌법재판관(전효숙), 첫 여성 대법관(김영란) 등을 줄줄이 배출해온 법원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조 지청장은 "예전에는 여성 스스로 검사 업무가 고생스럽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검찰에 지원을 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7년 사법시험 29회(사법연수원 19기)에 합격한 그는 검찰에 지원한 이유를 "생동감이 넘쳐서"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에서 검사 시보를 하며 업무가 집중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에서도 터프하다고 알려진 형사부를 주로 담당했다. 2008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수십명의 피해자를 낸 '다복회' 사건을 담당하는 등 특히 여성 범죄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전국 여검사회장을 맡은 적도 있는 조 지청장은 "여성 검사가 늘며 남성 검사와 비교해 차별을 받는다거나 하는 문화는 없다고 본다"며 "단순한 여검사 모임보다는 콘텐트를 좀 가지고 모임을 꾸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조 지청장은 서울 성신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국장을 지낸 송수근 뉴욕한국문화원장이 남편이다. 조 지청장은 "친정 어머니와 남편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남편이 같은 공직자이다보니 제 직장생활을 잘 이해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 지청장은 "작은 지청의 장이지만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선승혜 기자 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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