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항공기에 푹 빠진 김근탁 GM코리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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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金사장은 1970년대 중반 중학교 시절 모형 자동차·탱크를 조립하느라 밤을 지새운 플라스틱모델(프라모델) 광이었다.

모형을 사기 위해 용돈을 아끼는 것은 기본. 버스비를 아끼려고 서울 아현동에서 광화문까지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등하교길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모형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 하얏트호텔에 근무하던 90년. 우연히 백화점에 들렀다가 조립 모형 항공기를 보고 옛 기억이 살아났다. "하늘에 비행기를 날리는 짜릿함은 직접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金사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하던 지난 97년에는 옛 실력을 발휘해 모형 비행기를 직접 만들었다. 도면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과 전문잡지를 뒤졌고, 목재를 사 도면대로 틀을 깎았다. 공구시장 골목을 누비며 어렵게 부품을 구하기도 했다.

퇴근 후 틈틈이 시간을 내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들어가는 부품만도 3백여개가 넘었다. 어렵게 만든 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모형 비행기는 金사장의 오랜 꿈을 태우고 활활 날갯짓을 했다. 여기서 기업 경영의 지혜도 얻었다.

"아주 조그마한 부품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비행기는 날지 못합니다."

金사장은 "모형 비행기를 날리면서 모든 회사 직원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며 "화합이 경영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글=강병철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한번 추락하면 끝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모형 비행기 조종과 기업 경영은 비슷합니다." GM코리아 김근탁(42)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주말이면 한강 둔치나 서해안에서 모형 항공기를 날린다. 이때 만큼은 회사일을 말끔히 잊고 찌든 스트레스를 창공에 훨훨 떨쳐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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