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커진 '新북풍' 답답한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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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최근 '북한 러시' 현상에 답답해 하고 있다. 남북통일축구대회 개최와 경의선 복구 합의 등으로 민주당과 정몽준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이 계속되는 데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가 7일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초대받았지만 수해지역을 방문키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鄭의원의 잔칫상에 가느니 수해 현장을 방문해 수재민과 고통을 함께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10월 답방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 및 북·일 정상회담(17일)에다 金위원장의 방미설까지 나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청와대 측은 "남북한 간에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 상황은 긴장 완화 쪽으로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

핵심 당직자도 "현 정권이 신당 창당과 병풍(兵風) 및 신북풍(新北風)의 세 길로 정권 재창출에 나설 것이며, 신북풍의 핵심은 金위원장의 답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원칙없는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국면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세세한 대북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 채 원칙론을 펴겠다는 것이다.

화해 흐름에 반대하자니 '수구세력'으로 몰려 젊은층의 외면을 받을 것 같고, 대북 문제에 보수적인 입장을 바꾸자니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당내의 보수 강경 세력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또 당의 정보력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金위원장의 답방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첩보 수준의 얘기는 확보하고 있지만 뚜렷한 증거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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