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新보도지침'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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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과 MBC 등 방송 4사 간에 벌어졌던 이른바 '신(新)보도지침' 파문은 한나라당 측이 고개를 숙임으로써 일단 수습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5일 서청원(徐淸源)대표와 김영일(金榮馹)총장까지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편파방송 시비로 방송사, 특히 MBC를 상대로 초강경책을 검토했던 종전 기류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달 30일 의총에서는 강경론이 주류였다. MBC에 대한 취재거부 및 기자실 내 부스 폐쇄, 시청거부운동 등이 논의됐다. 그럼에도 불과 1주일 만에 한나라당의 태도가 바뀐 것은 파문이 길어질수록 당의 입장만 난처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공문이 5공(共)시절의 '보도지침'을 연상시킬 여지가 있는 데다 여론의 거부감도 적잖다는 의견에 따라 사과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을 적으로 만들어 득될 게 없다"는 몇몇 중진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문을 보냈던 당 공정방송특위는 사과의 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한 끝에 당 지도부가 공식석상에서 유감을 표명키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사과 시점은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귀국 전에 파문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5일 오전으로 잡혔다. 이날 지도부는 사과하면서 문제의 공문이 대표와 총장 등의 사전 결재 없이 발송된 데 대해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무 책임자들은 "대부분의 특위 활동이 대표와 총장의 결재 없이 이뤄져온 게 관행이었는데 말썽이 나자 관련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 당분간 진통이 지속될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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