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집에 돌아온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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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두달 만의 재회.

거스 히딩크(56·네덜란드 아인트호벤)감독이 돌아왔다. 지난 7월 7일 '이별(goodbye)이라는 말 대신 다시 만날 것을 기약(so long)하고 싶다'며 한국을 떠났던 그가 4일 오전 10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말쑥한 검은색 캐주얼 정장 차림의 그는 건강해 보였다. 느긋하면서도 당당한 걸음걸이, 부드럽게 웃으며 악수를 건네는 여유로움도 그대로였다. 보도진의 열띤 취재경쟁을 보면서 툭 던진 "변한 게 없구먼(nothing has changed)"이라는 한마디엔 그만의 유머감각이 변함없이 배어나왔다.

4박5일 일정으로 입국한 히딩크 감독은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자서전 출간기념 팬 사인회에 참석하며, 6일엔 대한축구협회와 2년간 기술고문 계약을 체결한다. 7일에는 남북통일축구 경기를 참관하고 박항서 감독과 태극전사들을 격려한 뒤 8일 출국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2건의 CF 계약도 체결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 돌아온 소감은.

"이렇게 환영해줘 고맙다. 역사적인 남북통일 축구에 초청돼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다. 뉴스를 통해 한국의 태풍 피해가 컸다는 소식을 접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피해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인가 공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네덜란드로 돌아간 뒤 약 2주간 휴가를 즐기면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이후 아인트호벤을 본격적으로 이끌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월드컵에서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다시 뭔가를 시작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느꼈다. 그래서 휴가가 꼭 필요했다."

-유럽에서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의 성공을 느낄 수 있었는가.

"그렇다. 그곳 사람들은 한국 선수들이 큰 업적을 이뤘다고 애기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민의 응원을 더 칭찬했다. 한국의 응원 문화가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4년에 한국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때까지는 앞으로 1년6개월이 남았다. 너무 긴 시간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많이 쌓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들었다.

"아주 끔찍하고 불쾌한 경험이었다. 과격한 팬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한국과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지만 매우 짓궂은 장난을 했다."

인천공항=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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