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몸짓·표정에는 연주정보 담겨 있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연주란 악기와 연주자의 만남이다. 특정 작품을 배우고 익혀 연주한다는 것은 악보에 입력된 정보를 운동신경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기억력과 결합시켜 숙달하는 과정이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연주자들은 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 이상의 불필요한 신체 동작을 할 때가 많다.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몸짓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초심자에겐 음악의 구조나 연주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두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듣는 것은 악몽과도 같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82)는 독특한 무대 매너로 유명하다. 그는 턱으로 도입부를 지시했고 연신 몸을 흔들면서 박자를 맞추며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했다.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한 고무의자를 들고 연주회에 나가기도 했다.

그는 1964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기를 거부하고 녹음에만 전념했다. 청중 앞에 서면 과장된 몸짓으로 연주가 왜곡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청중에게 뭔가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무대에선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유연한 동작을 선보였던 그였지만, 녹음 스튜디오에서 찍은 비디오를 보면 틀에 박힌 듯한 반복적인 움직임만 거듭할 뿐이다.

피아니스트가 쉼표가 계속될 동안 손을 높이 들고 곡선을 그리는 것은 음악의 각 부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색소폰 주자들은 점점 강하게 연주할 때는 악기를 치켜 올리면서 눈을 지그시 감는다. 성악가들도 호흡이 멈추었는데도 양팔을 허공으로 계속 뻗어 마치 계속 노래하는 것 같이 보이도록 한다.

지휘자 없는 앙상블에서 연주자의 몸 동작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눈썹을 치켜 올리는 동작은 상호간에 박자·셈여림 등을 맞추기 위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재즈 공연에서 동료 연주자들을 교대로 쳐다보는 것은 독주를 맡으라는 뜻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