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신뢰부터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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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하자 정부가 뒤늦게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떠는 것은 지켜보기에 민망하긴 하나 그 시급성만큼은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현재의 부동산 가격 움직임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위에 넘치는 유동자금으로 경제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 수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 문제는 상당폭 정책 실패가 원인이라는 데서 철저한 정부의 반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올 들어서도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그때마다 '곧 거품은 꺼질 것'이라며 장담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여서 투기 심리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러 면역성만 키워온 셈이다. 이는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알고도 애써 외면하려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곧 내놓을 부동산 대책은 재산세 과표를 현실화해 보유 과세를 무겁게 하고,1가구 1주택 양도세 면제 요건 강화, 재당첨 금지기간 부활을 포함한 아파트 청약 제도 손질 등이 주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불안을 막으려면 가수요와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면에서 청약 제도 강화 등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보유 과세의 강화 또한 투기 수요를 잠재우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산세의 강화는 부작용도 작지 않아 조세 저항을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자동차세보다 낮은 주택 재산세에 대해선 모두가 불합리성을 수긍해 왔으나 막상 세금을 올리려 하면 불만이 터져나와 지지부진했던 게 과표 현실화의 좌절된 역사였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세제 개편에 그치지 않고 수요 측면에서 안정적 택지·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책 조율이 미흡한 설익은 상태에서 신도시 추진 등을 발표한다면 투기 진정을 기대하기는커녕 부추기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정책 목표를 확고히 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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