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상회담 먼저 제안 고이즈미"평양가겠다"화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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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무자끼리 아무리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겠습니까. 아예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에서 일본 측 대표로 참석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북한 측이 느닷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양국 정상이 만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식민지 지배 사과 및 보상, 국교정상화 협의 등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자는 뜻이었다. 金위원장의 결심과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제안이었다.

NHK는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의 한 과장이 평양과 베이징(北京)을 오가며 막후에서 양국간 현안 협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보도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와 관련,30일자 인터넷 신문에서 "지난 20일 러시아를 방문한 金위원장을 수행했던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러 정상회담 직후 비행기편으로 급히 평양으로 먼저 돌아왔다"며 "북·일 외무성 국장급 협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국장급 회담에서 국교 정상화와 관련한 (북한)수뇌급의 의사가 전달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며 金위원장의 메시지가 강석주 부상을 통해 일본 대표단에 전달됐음을 시사했다. 북한 측 제의는 다나카 국장을 통해 28일 오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하루종일 북한의 의도와 정상회담이 가져올 득실을 따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소득이 없을 경우 '북한에 놀아났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저녁 무렵에야 "북한의 변화 의지가 거짓이 아닌 것 같고, 의외로 좋은 결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방북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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