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방북과 北의 개방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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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가파르게 요동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17일 평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재방문을 추진 중이라는 정보가 있는 가운데 金위원장이 부산 아시안게임 기간에 한국 답방 의향을 피력했다는 설도 있어 남북 간 어떤 밀약이 있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金위원장이 대남(對南)대화 채널을 전면 가동하면서 주변 주요국 정상들과의 대화를 확대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10여년 끌어온 북·일 간 수교협상 및 현안 타결의 전기(轉機)마련을 위해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은 돋보인다. 이를 받아들인 金위원장의 결단도 평가할 만하다. 이런 자세라면 金위원장의 답방으로 남북한 간 평화보장 장치와 협력방안을 깊이있게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이러한 적극적 자세는 장관급 회담 및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 등에서 드러났다. 북한이 7월부터 추진 중인 경제개혁의 성공을 위해 외부의 도움이 절실해진 상황이 대외개방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어제 끝난 경추위에서 합의한 내용은 북측의 실천의지를 전제한 것이었다고 분석된다.

남북이 획기적인 경협 실천방안에 합의한 것도 평가할 만하지만 이 합의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군사적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최초의 가시적 움직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있다. 휴전선을 관통하는 동서 양쪽의 철도와 도로가 남북으로 연결되는 것은 한반도 분단 57년의 폐쇄와 한을 허무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대외개방을 더 넓히고, 대남 합의를 차질없이 이행해 한반도에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냉전체제의 장벽을 실질적으로 허물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도 북한의 개방자세에 상응하는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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