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거짓말까지 엄중한 문책 불가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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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용석(41·서울 마포을·초선) 의원의 성희롱 발언 파문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가 20일 강 의원을 제명 조치한 데 이어 21일 민주당이 ‘강용석 의원 징계요구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면서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회 윤리특위는 이번 주 초 여야 간사 협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조율한 뒤 이르면 재·보선 직후인 29일께 전체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모두 네 가지. 구두경고, 본인 사과, 한 달간 국회 출석 정지, 의원직 제명 등이다. 윤리특위는 결정 사항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게 되며, 본회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징계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결국 강 의원 징계의 열쇠는 국회 윤리특위 위원 14명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중앙SUNDAY가 24일 특위 위원들과 전화통화를 해 입장을 물었다. 여야를 떠나 “엄중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의원직 제명 등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갑윤 특위 위원장은 “윤리위 차원에서 사안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충분히 토론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정하게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여야를 떠나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제가 비록 소속은 한나라당이지만 원칙대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장세환 의원은 “이번 파문은 단순한 성희롱 사건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아나운서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고 인격적 모욕을 느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 친소 관계를 떠나 국회 차원에서 당연히 의원직 제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윤리특위를 소집할 수 있도록 여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이번 사태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품위에 관한 문제와 성희롱이란 법적 책임에 관한 문제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며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국회 차원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도 “국회의원 품위에 어긋나기만 했다면 모르겠지만 거짓말로 사기까지 친 건 의원직 박탈감”이라며 “한나라당도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의원직 박탈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와 같아 신중해야 하지만 보도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최고의 징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강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면 성희롱보다 더 큰 잘못”이라며 “강 의원 스스로 책임지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도 “거짓말 소명을 하고 해당 기자에 소송까지 한 점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징계의 최고 단계인 의원직 제명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도 보였다. 유일호 의원은 “이미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게 일반 정서 아니냐”면서도 “성추행은 아니지 않느냐. 제명까지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꿈 많은 여대생들에게 꿈을 심어주진 못할망정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행동으로 잘못한 것은 아닌 만큼 이번엔 젊은 정치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인 강 의원은 사건발생 직후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한 20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의 변호사가 해당 기자에 대한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게 전부일 뿐 강 의원 본인은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중앙SUNDAY는 24일에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강 의원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신홍·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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