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뚜렷한 매수 세력이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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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호 26면

올 초까지 우리 시장의 가장 큰 매수 세력은 외국인이었다. 지난해에만 30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고 올 상반기엔 5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앞으로 외국인의 힘은 약해질 것이다. 미국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면 외국인 매수가 늘어났다. 연말까지 선진국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가도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 수 있다.

이종우의 Market Watch

주식형 펀드 환매로 인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매도는 계속될 것이다. 코스피지수 1700포인트대에서 유입됐던 펀드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이번에 주가가 오르면서 동일 지수대에서 10조원 정도의 환매가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과거 펀드 유입액의 상당 부분이 때가 되면 환매를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1800선과 1900선에서 유입됐던 펀드액을 합치면 25조원에 달한다. 이들 또한 환매 가능한 지수대에 도달할 경우 어느 정도 현금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매수 가능 금액에 관한 한 연기금의 여력이 가장 크다. 연기금은 상반기에 3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만큼 주식에 투자할 경우 연말까지 8조원이 늘어날 수 있다. 월평균 1조원 정도에 해당하는 액수로 여러 매수 주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각 매매 주체들의 움직임을 볼 때 주가가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다. 큰 매수 주체 중 하나인 연기금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 사서 꾸준히 보유량을 늘리려 할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커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펀드 환매는 반대다. 일정 지수대에 도달하면 그에 맞춰 환매가 이뤄지므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할 수는 있어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매수 주체가 불분명할 때 주가는 두 가지 모습으로 보였다. 하나는 코스피지수가 일정 폭 내에서 지지부진한 것인데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는 현상이다. 둘째는 매매 종목의 분산으로 뚜렷한 주도주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이 종목 저 종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형태다. 주도주가 오르려면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적 증가와 함께 오른 가격에서도 주식을 사줄 수 있는 새로운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돈의 유입이 막히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이 지지부진하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주도력도 떨어지고 있다. 현재를 넘어서기 위해 선결 과제로 시장을 움직이는 매수 주체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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