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서 검찰로 복귀한 김강욱 상주지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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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밑빠진 독에서 새어나간 물(공적자금)을 되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튼실한 독(투명경영 풍토)을 만드는 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26일자 검찰 인사에서 대구지검 상주지청장으로 발령나면서 예금보험공사를 떠난 김강욱(44·사시 29회·사진)검사.

'파견검사 1호'로 2000년 6월부터 예보에서 근무한 金검사는 지난 2년2개월 동안 그야말로 눈코뜰 새없었다. 지금 예보에는 현직 검사 5명이 일하지만 당시로서는 金검사가 유일했다.

파견 초기에 법률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파산금융 기관의 전직 임직원들의 횡령·배임 행위에 대해 예보가 검찰에 고발·수사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金검사는 "일률적으로 전문성 없는 변호사를 파산재단의 관재인에 임명하던 관행을 바꿔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내막을 잘 아는 예보 직원이 관재인을 맡도록 관련 법을 바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해 말 예보 산하에 출범한 '부실 채무기업 특별조사단'의 산파역을 맡았고 특별조사 1국장으로 조사 실무를 차분하게 이끌었다. 그 결과 최근엔 금융회사와 부실 기업 임직원,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가능케 해 결과적으로 공적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회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金검사는 "소송당한 사람의 하소연은 들었지만 부당한 청탁은 물리쳤다" "예보는 부실 책임자의 변호인이 아니라 피해를 본 국민을 대신한 원고의 입장을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외환위기의 교훈을 살리고 또다른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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