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왜 우리 정부 만들려 했는지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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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정두언, 정태근(왼쪽부터)

정치인 사찰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23일 “몇 명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진행했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왜 우리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 회의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두 차례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나도 아니고 집사람을 그렇게 사찰했다고 하니 무슨 테러 집단이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불쾌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을 이렇게 사찰했다면 일반 국민은 어땠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 같아 몹시 화가 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집권 여당의 4선 의원에 대한 사찰을 청와대가 모를 리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것까지 내가 추측할 순 없다. 그 부분까지도 성역 없이 검찰이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추가 정치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선 “정두언·정태근 의원 정도 얘기는 들었다”고 했으나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입을 다물었다. 정두언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얘기 안 하겠다”고만 말했다. 보좌진도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예민한 사안인 데다 7·28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둔 시기여서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 주변에선 “정두언 의원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이 뒷조사를 받았다”, “정태근 의원 부인이 다니는 업체를 일부 언론이 부정적으로 다룬 데에 모종의 힘이 작용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찰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에선 원칙론만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세를 강화했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형님에게 밉보이면 주변까지 사찰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냐”며 “평지풍파의 중심에 이상득 의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정두언·정태근 의원이 2008년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던 사람들이란 점을 거론한 것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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