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봇물… 사흘째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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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종합주가지수가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720 선으로 밀려났다.

전날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그동안 증시의 버팀목이 됐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투자 심리가 한풀 꺾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손절매 물량을 무차별로 쏟아내면서(1만1천7백57계약)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증가해 하락 폭이 커졌다. 이는 외국인 선물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외국인·기관이 각각 1천9억원, 1천6백44억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개인은 12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으나(1천4백95억원) 지수를 끌어올리기엔 힘이 달렸다. 종합주가지수는 결국 10.62포인트(1.44%) 떨어진 724.17을 기록했다.

대다수 업종이 내림세를 보였으나 섬유의복(2.75%)·운수창고(1.21%)는 조금씩 올랐다. 자사주 매입 약효가 떨어진 삼성전자는 7천5백원(2.2%) 하락한 33만3천원으로 나흘째 내림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신성무역이 IT 업종 진출 등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한가까지 올랐고 LG생명과학 우선주도 8일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은 하락세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60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고 거래소 시장이 약세를 보인데 따른 영향으로 0.22포인트(0.37%) 떨어진 59.18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개인은 '사자'에 나선 반면 외국인·기관은 '팔자'로 맞서는 양상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약(1.93%)·방송서비스(1.77%)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고 정보기기(-2.76%)·통신장비(-1.56%) 등은 많이 떨어졌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미주제강을 포함해 다이넥스·이코인·서한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 판정을 받은 마니커는 5.1% 올랐다. 그러나 대우증권 계좌 도용 사건과 관련해 수혜주로 떠올랐던 전자보안업체들은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오름세가 꺾였다.

한화증권 황성욱 연구원은 "그동안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였던 외국인이 이날 사상 최대의 물량을 팔아치웠는데도 시장은 이를 담담하게 소화해 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또 낙폭에 비해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급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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