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 몸살 앓는 인천 구월동>대형건물 빼곡 도로는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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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게 도로입니까, 주차장이지-."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해 터미널·관공서·대형 상가 등 교통유발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나 도로 확충 등 교통망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인천시와 남동구는 아직까지 교통난 해결책의 밑그림조차 없는 상태여서 주민들의 불편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차장이 된 도로=지난 26일 오후 2시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정문 앞 왕복 4~6차로 도로. 백화점 진·출입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23일 지하 6층,지상 8층(연면적 2만9천8백평) 규모로 문을 연 백화점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특히 백화점 측이 직진 차량을 막고 백화점 진·출입 차량을 유도하는 바람에 체증이 가중됐다.

이 여파로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한미은행 경인본부 구간은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또 터미널과 길병원·남동경찰서 네거리 등 인근 주요 교차로도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부 최윤영(崔允瑛·35)씨는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한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구간이 승용차로 30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주현(崔珠賢·26)씨도 "멋모르고 백화점 인근 도로로 들어섰다가 40분 동안 꼼짝없이 차 안에 갇혔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은 롯데백화점 개점 이후 이 일대 하루 차량 통행 대수가 예전의 3배 이상인 2만대를 웃돈다고 추정했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교통유발 시설=인천종합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는 백화점과 대형 유통시설 3곳, 은행·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농수산도매시장,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이 밀집해 있다.

또 10월 초에는 롯데백화점 바로 앞에 인천지방경찰청이 입주하는 데다 주변에 5~15층 높이의 대형 주상복합 건물 17곳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을 이어주는 주요 도로는 왕복 4차로의 중앙공원로와 종합문예회관 앞 도로 등 두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좁은 이면도로이다. 더구나 이면도로에는 항상 불법주차 차량들이 가득 차 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인천참여자치연대 조경수(趙慶水·34) 시민권리국장은 "당국이 미래의 교통량 증가에 대비한 도로를 건설한 뒤 이에 걸맞게 건축허가를 내줘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형시설 건축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교통난이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대책 마련=교통 상황이 악화되자 인천시와 남동구는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에 구월동 일대 교통소통 개선에 관한 용역을 의뢰했다.

시 관계자는 "이 일대 땅값이 인천 최고 수준이어서 막대한 예산이 드는 도로확장 등 비현실적인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와 구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우선적으로 인천종합버스터미널~경찰청~까르푸 1.5㎞ 구간(연수구 방면)과 구월동 및 인근 관교동 일대 이면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일대 상인들은 '생존권 침해'라며 일방통행로 지정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시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인천발전연구원 최창호(崔昌浩)박사는 "주변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삼더라도 교통난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이 일대를 주차상한제 및 혼잡통행료 징수가 가능한 교통혼잡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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