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GM곡물 원조받느니 굶겠다" <유전자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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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전자조작(GM) 곡물을 받느니 차라리 굶어죽겠다."

"유전자조작 곡물을 거부한다면 유엔 원조는 꿈도 꾸지 마라."

최악의 기근으로 수백만명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잠비아와 유엔이 유전자조작 곡물 원조를 둘러싸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잠비아 정부는 "아무리 급해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받을 수 없다"는 반면 유엔은 "유전자조작 곡물 없이는 잠비아의 기아를 구제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잠비아는 건강문제 이외에도 유전자조작 곡물을 종자로 사용할 경우 다른 작물이 오염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는 잠비아의 최대 교역상대로 유전자조작 농산물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거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제임스 모리스 사무총장은 "유전자조작 식량을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잠비아 정부의 선택에 달렸지만, 현재 다른 원조 수단은 없다"며 "미국과 캐나다인들이 매일 섭취하고 있는 유전자조작 곡물이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려하던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는 유전자조작 곡물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WFP는 국제 원조가 없을 경우 2백50만명의 잠비아인이 아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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