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의 국제쟁점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제 탈북자 7명이 중국 외교부 앞에서 탈북자에 대한 '난민지위'의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현장에서 바로 연행, 조사 중인 그들에 대한 신병처리를 둘러싸고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은 충분히 동정이 간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한국에 보낸 최근의 사실관계와 달리 그들을 북한에 송환하는 결정만은 내리지 않기를 우선 당부한다.

이번 시위는 탈북자의 조직화와 요구사항의 공개 관철화 시도라는 특성을 드러내 지금까지의 탈북자 문제와는 그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선 이 시위는 탈북자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 청년동맹'을 만들어 주도했다는 점이다. 탈북자들이 그들의 불안한 신분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공개 투쟁에 나섰다는 것은 이 문제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이 조직의 7명이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연행돼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외교부에 정식으로 난민보호신청서를 내기 위해 '불법시위'를 했다는 점은 결코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은 비정부기구(NGO)의 후원과 고도의 정치적 계산하에 이번 사건을 기획,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들이 "난민지위를 인정하라" "자유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했을 당시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탈북자 문제의 국제 쟁점화를 겨냥해 대담한 모험을 벌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탈북자들이 외국공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성취해온 기존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중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다루든 앞으로 제2, 제3의 유사사건이 발생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과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 문제의 지혜로운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