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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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어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SSD)가 열리고 있다.'지속가능개발'이란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자연환경을 훼손해 미래 세대가 누릴 혜택까지 저해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10년 전의 리우 정상회의에 이은 WSSD('리우+10'이라고도 부른다)는 '의제 21'등 리우 회의가 일궈낸 2백개가 넘는 협약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를 점검하고 보완할 점을 찾자는 회의다. 그 기본 정신은 선진국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동시에 또 (국민총생산의 0.7%로)개도국의 지속가능개발을 지원하고, 대신 개도국은 그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각국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긴 했으나 대기오염 감축·수자원 보호·대체 에너지 확산·개도국 지원 등 그 거창한 약속 중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기아 문제가 발등에 불인 개도국은 개도국대로 생존을 위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환경파괴도 마다하지 않았다. 환경오염을 심화시키는 소비 패턴을 바꾸기 싫은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지난 십년 저(低)성장과 국내의 지식·소득 격차 때문에 개도국 지원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좌우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혹시나 지구환경 보호를 내세워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통제하는 국제협약이나 기구가 만들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은 혹시나 환경보호란 이름으로 새로운 무역규제('녹색 보호무역주의')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래서 석유재벌 등 다국적 기업들은 이번 회의를 '반(反)자유, 반시민, 반세계화, 반서양'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돈·기술·국제교역 등을 손 안에 쥔 기업이나 국가들은 떡 줄 생각을 하지 않는데,6만명이나 모여 환경보호를 위해 그것을 내놓으라는 회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근래에 보기 드문 지구 차원의 위선(僞善)의 말 잔치로 보이기도 한다. 지금 진행되는 것으로 봐서는 환경정상회의는 '지속불가능한' 정상회의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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