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 들까 말까 가격 떨어지자 투자자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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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잘 나가던 채권형 펀드가 지난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이후 급락하던 채권 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즉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한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른 것을 말한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www.funddoctor.co.kr)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약세로 시가채권형 펀드는 지난주 0.01%,연 환산 수익률로 0.3%의 손실을 입었다.지난주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0.24%포인트 상승했다.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채권형 펀드에는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증시의 투자심리가 아직 불안하고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이후 22일까지 8일 연속 채권형 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입됐으며 이 기간 동안 잔고는 6천7백억원 가량 늘었다. 또 지난달 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채권형 펀드 잔고는 1조6천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주식형 펀드 잔고는 1천83억원 줄어들었다.

<그래프 참조>

한동안 채권형 펀드는 주식시장 침체 국면에서 좋은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 지난 14일에는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은 연중 최저치(채권 가격은 연중 최고치)인 5.24%까지 떨어지는 등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일 이후 채권 수익률이 연일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계속 채권형 펀드를 고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26일 채권시장에서는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09%포인트 급등한 연 5.57%에 마감됐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과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수익률도 각각 0.12%포인트와 0.09%포인트 뛰어 오른 연 6.00%와 연 6.41%를 나타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데다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차익 및 경계매물이 대거 나와 매수세를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채권수익률이 급등하지는 못하겠지만 또다시 5.2%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상승해 6%선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달 중순의 채권 가격 급등을 야기한 공급부족 문제와 주식시장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채권 공급이 뚝 끊겼지만 최근 예금보험공사채권에 대한 차환발행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 한도 확대 등이 결정되면서 공급부족 문제는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식에 비해 채권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산을 이전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채권가격 급등의 한 요인이었던 미국 채권의 급등세는 주춤해질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진성 연구위원은 "지금은 채권형 펀드에 가입할 적기는 아닌 것 같다"며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6%대에 다가서는 것을 확인한 뒤 가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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