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등 옛 선조 초상화 전시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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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상과학만화가 김산호씨

"친일 학자들이 일본에 유학해 식민사관을 받들고 우리 국민의 역사관을 마구 왜곡했습니다. 이제 주체적 관점으로 역사를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의 공상과학 만화가인 김산호(62)씨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한국 105대 천황전'을 열고 있다. 金씨는 1959년에 공상과학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단군의 힘, 통일의 그날까지'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회에서 9천년 전의 한님, 즉 환인(桓仁) 7대를 비롯해 한웅(桓雄) 18대, 단군(檀君) 47대의 초상화를 선보였다. 발해의 시조 대조영과 고려의 왕건, 조선의 태조 초상화도 그려 전시했다. 全씨는 특히 청나라를 건국한 누르하치의 초상화를 제작해 내놓았다.

"누르하치를 민족사에서 배제한 것도 식민사관의 영향입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땅에 살면서 나라를 세운 그가 왜 우리 조상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65년 미국으로 건너간 金씨는 조국의 역사가 철저히 왜곡돼 있음을 깨닫고 그 복원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경기도 용인과 중국 옌볜(延邊)에도 작업실을 두고 90년대 중반부터 세 곳을 오가며 역대 천황의 존영을 상상과 영감으로 복원해 냈다. 중국에 화실을 둔 것은 고대사의 흔적이 남은 겨레의 터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 초상화들은 경기도 여주에 세워질 태천단(太天檀)에 영구전시될 계획이다. 그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등의 초상도 그릴 생각이다.

서라벌예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金씨는 만화가로 데뷔한 뒤 5백여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미국에 건너가 패션사업을 한 그는 80년대 이후 사이판에서 관광 잠수정 사업을 하기도 했다. 저서로 『쥬신제국사』 등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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