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폭력 앞서 권력횡포 따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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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어쩔 수 없이 폭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행위를 무차별적으로 비판하기에 앞서,기득권을 획득한 자들의 폭력과 권력을 직접, 그리고 먼저 비판하라." 김진석(인하대 철학과)교수가 문부식씨와 계간지 '당대비평'을 공식 비판하는 글을 내놨다. 계간지 '사회평론'가을호에 실은 '위험한 근본주의에 빠진 일상적 파시즘론과 비폭력주의'란 글을 통해서다.

김교수의 글은 문부식씨 한 개인을 넘어 '당대비평'이 3년 전부터 줄곧 내세워온 '우리 안의 파시즘론'을 검토하는 방식이다.'우리 안의 파시즘론'을 주도해온 임지현(한양대 사학과)교수도 문씨와 한묶음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교수는 문씨의 주장을 "국가의 폭력을 비판하기에 앞서,우리 안에 있는 모든 폭력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모든 폭력에서 해방되자는 문씨의 주장은 언뜻 보면 매우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종교적 근본주의"라고 김교수는 비판한다. 문씨가 "우리 안의 파시즘이 결국 독재권력에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김교수는 "대중들의 비겁함을 지적하지만 말고,먼저 수동성과 능동성이 섞인 대중들의 복잡한 실존을 있는 그대로 애정을 가지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문씨가 제기한 역사적 기억에 대한 내면적 성찰의 중요성을 인정했다.하지만 "무수한 개인과 집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과정에 대한 분석·성찰은 종교적·문학적 성찰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럼에도 "문씨는 사회적 성찰의 자리에 내면적 성찰을 떡 앉혀놓고는, 이것이 보편적 본질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고 김교수는 비판한다. "만약 이 차이를 몰랐다면 문씨는 너무 순진한 것이고,모르는 척한다면 이중적"이라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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