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영국은 주니어 파트너” 발언 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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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실언을 해 구설에 휩싸였다.


캐머런 총리는 21일 영국과 미국 방송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1940년 독일 나치 군대와 싸울 때 영국은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junior partner)’였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 간 협력관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같은 총리의 발언에 대해 큰 희생을 치르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역할을 영국 총리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영국 내에서 일고 있다. BBC는 1940년 당시 미국은 참전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총리가 역사적 사실조차 망각한 ‘역사적인’ 실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0일) 다음 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현재 미국의 아주 효율적인(effective) 파트너이긴 하지만, 사실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에 불과하다”며 “1940년 독일 나치와 싸울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종전 직전인 1944년까지 영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병력을 전선에 투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1940년 당시 미국은 영국에 군수물자 등을 지원했지만, 전쟁에 참전한 것은 1941년 12월 일본군으로부터 진주만 기습을 당한 이후다.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 수도 영국군은 44만9800여 명으로 미국(41만8500여 명)보다 많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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