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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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비상등을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

맑은 명주 두루마기를 받쳐입고 낭랑히 연두교서를 읽기도 하고, 고운 마고자 차림으로 외국의 국빈들을 맞기도 하는

더러는 호텔이나 별장에 들었다가 아무도 몰래 어느 소년 가장의 작은 골방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는

-임보(1940~ )'우리들의 새 대통령' 중

대통령이 되시려는 이들이여. 이 시인이 그리는 대통령의 초상을 순진한 발상이라 웃어넘기지 마시라. 정치가는 시인이 아니라고 코웃음치지 마시라.'시심(詩心)'을 가질 때,'사심(邪心)'은 사라지느니. 하여, "중대담화나 긴급유시가 없어도 지혜로워진 백성들이 정직과 근면으로 당신을 따르는/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대통령이 되리니. "그러한 우리들의 새 대통령/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맑은 명주 두루마기'를 차려입고.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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