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지역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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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수·문인들이 26일부터 49일간 전국 49개 도시를 순회하며 지역감정 타파와 동서 화합을 호소하는 길거리 공연에 나선다고 한다. 반가움과 함께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무료 공연을 자청하면서까지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순수함이 반가운 만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사회 구성원 간의 골이 깊어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불신의 씨앗은 다름아닌 지역감정이다. 한 인격체의 완성에 미치는 '지역'의 영향력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됨됨이를 살피는 첫 조건으로 지역, 그것도 본적지만으로도 모자라 원적이나 출생지를 묻고 밝혀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같은 고향이면 무조건 한편이고, 다른 지역이면 적으로 돌려 의심부터 하는 마음이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한 국민적 통합이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3년 전 본지가 발표한 제3공화국 이후 지역주의 분석 결과는 일반인들에게 심화하고 있는 호남·영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원이 정치 분야의 지역 격차임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정작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치인들은 지역감정 타파에는 뒷전이다.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겨 서로가 지역 맹주임을 자처했다. 지역감정의 폐해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나부터 지역감정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굳은 다짐만이 이 질긴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문화예술인의 길거리 공연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제주에서 화개장터까지 이어질 '잘가라, 지역감정' 공연장에 우리 모두 나가자. 가서 '지역감정 영구 추방을 기원하는 10만 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감정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국민 서약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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