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운행 소음 탓 돼지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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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속철 운행 소음에 따른 재산 피해를 보상하라는 환경당국의 첫 결정이 나왔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4일 "고속철 소음 때문에 돼지 110마리가 유산.사산하는 피해를 봤다"며 농민 이모(53.여.경기도 화성시 매송면)씨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공단 측은 4009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지금까지 고속철 공사장의 소음 피해를 배상하라는 결정은 있었으나 운행 소음 피해에 대한 배상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쟁조정위는 결정문에서 "고속철 주변에 방음벽이 설치된 2002년 9월 이후 평균 소음이 기준치 65dB(데시벨) 이하로 떨어지긴 했으나 이씨 집에서 측정한 최고 소음도는 76.5dB에 이르렀다"며 "이 같은 소음이라면 돼지의 유산.사산 원인의 20%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감안할 때 피해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초 8억6605만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분쟁조정위가 이씨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아 배상금이 줄었다. 이씨의 양돈장은 고속철 통과구간에서 약 65m 떨어져 있다.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대해 공단 측 관계자는 "방음벽을 설치했고, 평균 소음이 기준을 넘지 않았는데도 가축 피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유사한 배상 요구가 잇따를 수도 있어 철도공사와 협의해 정식으로 맞대응(소송) 할지를 검토 중이나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 결정 후 60일 이내에 양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결정 내용은 최종 확정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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