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테러 代父' 아부 니달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970, 80년대 항공기 납치 등 수십건의 테러 공격에 연루돼 악명을 떨쳤던 '테러의 대부' 아부 니달(65)이 이라크 바그다드의 아파트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19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지병을 비관한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본명이 사브리 알 반나인 그는 74년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온건 노선에 반발해 아라파트와 결별하면서 테러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결성한 파타혁명평의회란 조직은 미국·유럽 등 서방 각국에서 90여차례 테러공격을 벌였다.

아부 니달은 8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악몽을 몰고 다니는 악령"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가 주도한 테러의 희생자만 9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테러는 85년 로마와 빈 공항 공격(18명 사망), 86년 파키스탄에서의 미국 여객기 납치, 이스탄불 유대교회당 공격(22명 사망).

테러 대상자는 주로 유대인, 이스라엘과 타협하려는 중동의 온건주의자들이었다.

지난해 요르단 국가보안법정은 84년 발생한 요르단 외교관 암살사건 관련 궐석재판에서 아부 니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37년 부유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48년 고향을 잃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워왔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그는 각국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 신세였다. 그를 만난 한 전기작가는 "말년의 그는 위궤양·심장병·편집증을 앓는 환자였다"고 묘사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