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피플 유입 신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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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목선을 타고 서해상을 남하해온 북한 주민 세가족 21명이 그제 옹진군 서쪽 해상에서 우리 해경 경비정을 만나 귀순했다. 이들의 거사는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던 북한 주민의 일반적인 귀순 행태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는 북한 주민의 해상 유입 가능성에 관해 예의 주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단 이것을 북한판 보트 피플 현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징조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1987년 동해상으로, 또 97년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북한 주민들의 선례가 이미 있다. 게다가 해상 탈북사건 이후 북측의 해상 경계가 더욱 삼엄해져 해상 탈출의 성공도가 희박해질 뿐더러 해상 탈출 도구인 배의 확보도 어렵고, 북한의 생활난이 최근 조금씩 개선되는 실정 등을 이유로 정부는 낙관하는 듯하다.

그러나 20개월여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이번 탈출에서 보듯 또 다른 해상 탈출 기도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우선 북한의 사회통제체제가 종전보다 느슨해졌다는 탈북자들의 전언이나 남쪽에 가면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퍼져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탈출한 북한 주민이 떼지어 보트 피플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미 일부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 측 인사들이 이를 예고한 적도 있었다.

이른바 보트 피플식으로 북한 난민이 해상을 통해 유입되는 일이 빈번해진다면 한반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지 모른다. 우선 우리의 수용 태세는 차치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잦은 해상 탈출은 자칫 남북 간 군사력의 해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탈출하는 배를 저지하기 위해 해상경계선을 넘어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총격을 가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불가측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 북측과 미리 협의하는 것도 한 방책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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