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우미관 등 30년대 종로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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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야인시대'의 야외세트는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일대 1만여평의 부지에 자리 잡았다. 상동지구를 영상산업단지로 개발하려는 부천시가 50여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초여름 완공했다. 실물의 약 70% 크기로 만들어진 1백여동의 건물을 포함해 벽보·간판까지 꼼꼼한 고증을 거쳤기 때문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3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신백화점이다. 1937년 지어진 이 백화점은 당시 국내 최초의 근대식 고층건물(지하 1층 지상 6층)이었다. 종로 2가 보신각 맞은편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다 지금의 종로타워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 추억의 건물이 이 곳으로 성큼 옮겨온 듯하다. 백화점 정문 오른쪽엔 '경축 세계마라톤 제패 손기정'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화려한 기모노가 전시된 진열장 역시 눈길을 끈다.

그 뒤로 돌아가면 191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상설영화관 우미관이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춘사 나운규가 주연한 '님자업는 나루배'다. 우미관이 유명해진 이유는 김두한이 이곳에서 매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종로 일대로 넓혀나갔기 때문이다. 외벽만 세운 대부분의 건물과 달리 우미관은 입구 안쪽과 복도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곳의 또하나 명물은 전차. 배터리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게 돼 있다.

이밖에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고문을 당했던 종로경찰서, 일본 깡패와 조선 깡패들의 영역 경계선 역할을 했던 청계천 수표교, 소년 김두한이 거지패들과 살던 청계천 다리밑 거지움막촌 역시 향수를 자아낸다. 부천시는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이곳을 테마파크로 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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