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 계층의 우울한 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EBS 오후 2시)=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감독 토니 리처드슨은 1956년 존 오즈번의 희곡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무대에 올려 대성공을 거둔다. 가난한 노점상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울분과 열정을 통해 50년대 영국 노동계급의 곤핍함과 계층 간의 모순 등을 그려낸 이 연극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등장한 '앵그리 영 맨'세대의 정서를 대변한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리처드슨은 연극이 상연된 2년 뒤 이를 영화로 만든다.

노점상 지미 포터(리처드 버튼)는 돈 많은 중산층 아내 앨리슨(메리 우어)과 애증이 섞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은 밤에 재즈 클럽에 가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

앨리슨은 아기를 갖지만 자신에게 늘 냉소적인 남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앨리슨의 친구 헬레나(클레어 블룸)가 이들 부부와 함께 지내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한다. 헬레나는 앨리슨에게 지미와 이혼하라고 충고하고 앨리슨은 그녀의 말에 따라 떠나버린다. 지미는 헬레나에게 격렬한 증오심을 품지만 이는 곧 묘한 열정으로 바뀐다. 명배우 리처드 버튼이 연기한 지미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애증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도 효과적인 작품 감상법이 될 듯하다. 원제 Look Back in Anger. 1958년작. ★★★☆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