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하는 밀리오레 유종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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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의류나 잡화를 국내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상품 기획과 디자인은 국내에서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 방식이 아니곤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패션몰인 밀리오레의 유종환(45·사진)사장은 13일 "중국의 봉제 단가는 우리나라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 광저우(廣州)·후먼(虎門) 일대에 의류 생산 거점을 확보한 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의류·잡화 등을 국내에 들여오거나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리오레는 이미 1차분 발주를 끝냈으며, 이르면 오는 9월 25일께 중국에서 1천여종의 제품을 들여와 밀리오레 전국 5개점과 동대문시장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밀리오레가 입점한 상인을 대신해 제품을 수입한 뒤 이를 상인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며, 남는 물량은 밀리오레가 자체 브랜드를 붙여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또한 밀리오레는 대만 쇼핑몰 업체와 제휴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의 절반 가량을 대만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유사장은 "이런 방식이 활성화하면 질이 비슷한 중국산 제품을 국산보다 40~60%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달에 1백억~3백억원어치의 제품을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밀리오레가 중국 시장과 손잡으려는 것은 국내 봉제업계의 인건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3~4년간 중국 의류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봉제 기술이 급성장했다. 국산 제품으로는 더 이상 백화점·할인점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사장은 "동대문시장이 최근 3~4년간 중국 의류업체에 샘플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며 "대만·홍콩 등 중국계 바이어들이 동대문시장에서 제품을 소량 구매한 뒤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보내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지역에 저가 의류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동대문시장에 비하면 요즘 패션몰의 매출이 크게 줄어든 셈"이라며 "재래시장 쇼핑몰도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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