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대주택’ 대전·충남 9곳 완공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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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에서 의류도매상을 하다 자금난으로 문을 닫고 지난해 2월 대전으로 이사한 오모(47·대전시 서구 갈마동)씨는 현재 4식구가 살고 있는 방 두 칸의 전세집이 비좁아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때문에 2012년 완공 예정인 노은동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고 올 1월 매달 10만원씩 붓는 청약저축에 가입했다.

그러나 오씨의 임대아파트 입주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충남본부가 대전과 충남에 공급하기로 계획했던 국민임대주택사업 완공시기를 1년 이상씩 늦췄기 때문이다. 오씨는 “2년 후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한국토지주택공사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임대주택사업을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대전충남본부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야기된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민들에게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사업’ 완공시기를 줄줄이 연기해 집 없는 서민들만 골탕먹게 됐다. LH대전충남본부는 최근 ‘국민임대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대전·충남지역 9개 국민임대주택건설사업의 사업시행 기간을 사업지역에 따라 1∼2년 연기했다고 20일 밝혔다.

대전에서 사업기간을 연기한 곳은 노은3지구 A-1블록(4만㎡)·A-2블록(2만8000㎡)·A-3블록(2만4000㎡), 서남부 11블록(5만8000㎡) 등 2개 지구의 4곳이다. 노은지구는 2006년 9월에 사업승인을 받아 1블록은 2013년 4월에, 2·3블록은 2012년 9월에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1블록은 2014년 4월로, 2·3블록은 2013년 12월로 각각 1년 이상 늦춰졌다.

2012년 10월 완공 예정이던 대전서남부 택지개발지구내 11블록은 2014년 5월로 2년 가까이 연기됐다.

충남은 2006년 사업승인을 받은 논산 내동2지구 A-1블록(2만6000㎡)·A-2블록(2만2000㎡)·A-3블록(1만2000㎡)의 사업완료 기간이 당초 2012년 4월에서 2014년 6월로 연기됐다. 2012년 8월 완공 예정인 홍성 남장 C블록(2만1000㎡)은 2014년 12월로, 부여 규암지구( 3만2000㎡)는 2012년 7월에서 2014년 10월로 각각 늦춰졌다.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 LH의 임대주택 공급만 기다리고 있던 서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김모(49·대전시 서구 월평동)씨는 “미분양된 아파트와 상가, 토지 등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할인 판매하면서 ‘국민임대주택사업’은 연기하는 것은 공기업인 LH가 수익성만을 따져 서민들의 주택안정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LH대전충남본부 한 관계자는 “대전 노은지구 1∼3블록 등 6곳은 사업이 보금자리 주택으로 변경돼 불가피했고 나머지 3곳은 건설 시장의 침체와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사업 착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자체 자금난이 완화되는 2012년부터는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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